명동 카페 214곳 문 두드린 청년들… 종이팩 재활용률 3배 끌어올렸다 (25.06.26 중앙일보)

“사장님, 비닐봉지 다 쓰셨어요? 여기 더 두고 갈게요.”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 25일 오후 2시. 환경단체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이하 지소행)의 김수빈 책임매니저와 서포터즈 김세령(동덕여대 컴퓨터학과 4)씨는 종이팩 수거용 비닐봉지 400여 장을 들고 서울 중구 회현역 일대 카페 18곳의 문을 두드렸다.

이 비닐봉지 한 장에는 1리터 종이팩 약 50장이 들어간다. 카페에서 다 쓴 우유팩을 씻고 말려 봉투에 담아 문 앞에 내놓으면, 중구 재활용 수거 차량이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자원순환센터 선별장으로 운반한다. 이곳에서 재활용 업체로 옮겨진 종이팩들은 화장지·갑 티슈 등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 25일 김수빈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 책임매니저가 이번 종이팩 분리배출 프로젝트에 참여한 서울 중구의 한 카페를 방문해 프로젝트 성과를 알려주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총 214개 카페가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로, 지역 재활용선별장의 종이팩  출고량은 전년도 대비 223% 증가했다. 최지은 기자

회현역 인근에서 카페 오베흐트를 5년째 운영 중인 김애리씨는 “그동안 하루 10팩 이상 나오는 우유팩을 종이류로 분류해서 버렸는데 이러면 재활용이 안 되는 줄 몰랐다”며 “따로 배출한다고 손이 더 많이 가는 것도 아니고, 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시작한 변화

지소행의 종이팩 수거 프로젝트는 2021년 서촌 일대 카페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 전체 종이팩 배출량 중 카페가 차지하는 비율은 25%에 달한다. 종이팩은 내부 코팅으로 인해 재활용 공정이 종이류와 다르지만, 대부분이 종이와 혼입 배출돼 재활용이 되지 않는 실정이었다.

프로젝트 첫해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카페를 돌며 모은 종이팩을 주민센터에 가져다줬다. 2023년 숲과나눔과 사랑의열매가 국내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공동기획한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에 합류하면서 프로젝트 규모가 확대됐다. 10개월 동안 자원봉사자 669명이 카페 247곳에서 40만5951장의 종이팩을 모았다. 봉사자들이 종이팩을 거점 공간에 가져다 두면, 지소행에서 트럭으로 재활용 업체에 전달했다.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복 서포터즈 75명은 지난 1월부터 6개월간 서울 중구 카페 777곳을 일일이 방문해 종이팩 분리배출 프로젝트에 동참할 카페를 모집했다. [사진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복]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이런 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었다. 지소행은 지난해 10월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2기에 참여하면서 공공 시스템 안에서 종이팩 수거 체계를 구축하는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대학생 서포터즈 75명은 중구 카페 777곳을 일일이 방문해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고, 214곳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또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수시로 맡은 구역의 카페를 방문해 비닐봉지를 추가로 나눠주고, 세척·건조·배출 방법을 설명하면서 현장의 혼선을 줄였다. 카페에서 내놓은 종이팩은 중구의 재활용 수거 차량이 회수했다.

종이팩 11톤이 모이다

시민들의 이 같은 노력은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서울 중구 자원순환센터의 종이팩 출고량은 11.12톤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배출량(3.34톤)보다 223% 증가했다. 이번 서포터즈 활동에 참여한 김세령씨는 “활동 전에는 대부분 카페가 거절할까 봐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좋은 제안을 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면서 “그동안 환경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회의감이 컸는데 이번 활동을 하면서 나의 작은 실천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과 효능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카페에서 내 놓은 종이팩들. [사진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

지소행이 시민 13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종이팩을 종이류와 별도로 배출해야 재활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응답은 34.5%에 불과했다. 변화를 위한 실천 의지는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97.7%는 ‘앞으로는 종이팩을 분리배출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통계청 서비스업 조사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은 2023년 기준 10만6452곳이다. 이 중 10%만 종이팩 분리배출에 동참해도 현재 13%에 불과한 국내 종이팩 재활용률은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지소행은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제도다. 김수빈 책임매니저는 “카페를 한 곳 한 곳 찾아다니는 방식으로는 확산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차원에서 종이팩 전용 봉투를 지급하고, 카페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면 참여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민들의 노력에 더 많은 지자체가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5년 6월 26일 최지은 기자

출처: 더버터(https://www.thebutter.org/news/articleView.html?idxno=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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