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숲과나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2025 초록열매 컬렉티브 컨퍼런스’가 24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 3층 페럼홀에서 개최됐다.
‘컬렉티브: 혁신과 성과’를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협력 기반 사회혁신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로, 지난 1년간 진행된 ‘초록열매 농촌쓰레기 컬렉티브’와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의 활동과 성과가 중점적으로 발표됐다.
농촌 영농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하는 ‘초록열매 농촌쓰레기 컬렉티브’를 통해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에서는 폐농약병 600kg과 폐농약 70L를 수거했으며,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에서는 영농폐기물 30톤과 재활용품 5톤을 수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물걸2리 주민을 대상으로 ‘물걸리 폐농약병 수거 시스템 만들기’ 사업을 기획·진행한 김인호 삼삼은구 대표는 제일 먼저 마을에 폐농약병 수거 공간 ‘텃밭모아’를 조성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정기회의를 통해 영농폐기물 관리 및 처리 방법을 담아 ‘모아사용설명서’를 제작 및 배포하고 영농폐기물 처리 교육도 병행했다.
김 대표는 주민인터뷰와 간담회를 통해 주민들이 영농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를 수집했다. 호박과 오이 농사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유인망은 사용 후엔 소각할 수 밖에 없으나 이는 환경에 부담을 주고 산불 위험이 뒤따랐다. 최근 경상도에서 개발된 생분해 유인망이 호박·오이 농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수세미밭을 통해 실험을 진행 중이다.
또한 폐농약병 집중 수거 기간을 운영해 연평균 수거량이 160kg이던 예년보다 3.75배인 600kg의 폐농약병과 폐농약 70L를 수거했다. 폐농약병 수거공간 ‘텃밭모아’를 관리하는 ‘모아짱’은 대한노인회로부터 좋은 일자리로 인정받아 기존 농인공익활동사업에서 노인역량활용사업으로 변경되면서 임금수준도 월 30시간 29만 원에서 월 60시간 76만 원으로 상승, 지역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소득 기회를 제공했다.
김 대표는 “처음엔 ‘이런 활동으로 마을에 분란을 만들지 말라’는 말도 들으면서 힘들었지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어르신 집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다 보니 돌봄 문제까지 해결하게 되더라. 영농폐기물을 가지고 오지 못하는 어르신 집에 방문하니 그 이유를 이해했다. 결국 사람을 살피는 일이 농촌 쓰레기를 줄이고 관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쓰레기 문제로 인해 지역 주민의 삶을 살피게 된 경험과 소회를 전했다.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에서 ‘면민 모두 월화수목금토일 분리배출’ 사업을 운영한 이재향 싱글벙글 비니루없는 점빵 대표 활동가는 면내 마을 이장들을 만나 사업 안내와 협조를 구했고 총 18개 마을 중 12개 마을이 사업에 참여했다. 면내에 5개 뿐인 쓰레기 분리배출장을 다른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마을마다 관리자를 모집해 ‘마을환경감시원’의 역할을 부여했다.
이재향 활동가는 처음엔 요일별 분리배출을 실시하려 했으나 실제 참여에 어려움이 있다는 주민의 의견에 따라 요일제는 포기하고 분리배출 자체에 집중하게 됐다는 점과 쓰레기 문제 해결에 있어 선주민 보다 귀촌한 후주민이 더 관심을 보였고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선주민과 후주민이 더 많이 소통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농촌 쓰레기 컬렉티브 토크의 진행자인 숲과나눔의 허그림 캠페이너는 “현재 폐농약병은 환경공단이 수거하고 병에 담긴 농약은 지자체에서 수거하게 돼 있어 농민이 농약은 면사무소에 가서 버리고 빈 농약병은 환경공단 사업소에 가서 버려야 한다. 이는 주민 접근성이나 편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현행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초록열매 컬렉티브는)이러한 사례를 모아 정책을 제안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상남 싱글벙글 비니루없는점빵 활동가는 초록열매 농촌쓰레기 컬렉티브를 통한 정책 제안으로 ▲마을 맞춤형 수거체계 운영 지원 ▲농촌 쓰레기 수거처리 체계 효율화 ▲마을공동체를 돕는 중간조직 운영 ▲영농폐기물 발생 저감 대책 수립 등을 제시했다.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를 통해 경기도 시흥시, 전라북도 전주시, 서울시 서초구·중구에선 지자체 맞춤형 회수모델이 구축됐으며, 7만 세대 이상의 공동주택과 214개 카페가 참여해 종이팩 12톤을 수거했다. 특히 시흥시에선 「종이팩 분리배출 활성화 조례안(시흥시 종이팩 분리배출 활성화에 관한 조례)」이 23일 통과됐다. 이는 종이팩의 공공수거 기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첫 걸음이 됐다.
경기도 시흥시에서는 공동주택단지에 종이팩(우유팩·멸균팩) 별도 분리배출대를 25개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거버넌스가 꾸려졌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은 사업 전체 총괄 및 거버넌스 운영을, 해당 지역 마을공동체인 댓골마을학교는 배출지 관리·분리배출 홍보 및 교육을, 시흥도시공사는 공동주택에서 수집된 종이팩 수거를, 시흥시 자원순환과는 공동주택 종이팩 별도 분리배출 안내 및 협조 공문 발송 등을 담당했다.
특히, 시흥시에선 비닐과 스티로폼을 공공수거품목으로 지정하고 있는 것에 착안해 종이팩도 공공수거품목으로 지정되도록 사업을 진행해 나갔다. 또한 선별장에서 폐지와 종이팩을 수거하는 계약을 별도로 분리시켰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종이팩 분리배출 활성화 조례안이 통과됐으며 ‘시흥시 공동주택 관리조례 별표2’에도 종이팩 분리배출에 관한 평가항목이 포함됐다.
전라북도 전주시에는 전북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지역 내 배출-회수-선별-재활용’으로 연계되는 ‘종이팩 자원순환 모델 구축’ 사업이 진행됐다. 전주 시내에 종이팩 수거함을 설치하고 이를 지자체가 책임지고 수거해 회수·선별 사업자에 전달하면 제지회사 등에서 재활용품을 생산하는 구조다. 사업을 통해 전주시 내 66개 공동주택단지에 수거함 269개를 설치해 작년에는 39톤이 수거됐으며 올해 수거량은 108톤을 예상하고 있다.
문지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현재 ‘사람과환경’에서 맡고 있는 회수·선별 과정을 전주시가 담당할 것을 요청하려고 한다. 우리가 (사)한국멸균팩재활용협회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이 일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고 데이터를 통해 지속가능성도 보여줬다. 주민들도 분리배출에 더 많이 동참하길 원한다. 그러나 전주시가 이에 대해 아직 답하고 있지 않다. 이제는 전주시가 대답해야 할 차례”라며 시민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종이팩 분리배출에 공공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서울시 중구는 카페를 대상으로 종이팩 문전배출 활성화를 시도했다. 깨끗하게 씻어나온 종이팩은 공공선별장에서 쉽게 선별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이를 재활용 수거 시스템에 포함시키겠다는 목표로 진행했다. 사업 운영을 맡은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은 ‘다시-쓰기 서포터즈’를 모집해 구내 카페를 대상으로 세척한 종이팩을 모아서 카페 문 앞에 배출하는 캠페인에 참여하도록 했다. 총 777개 카페 중 214개 카페가 종이팩 문전배출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로 인해 중구 재활용 선별장 내 종이팩 출고량은 2024년 상반기 기준 3.34톤에서 2025년 상반기 기준 11.12톤으로 증가했다.
소비자기후행동은 부산시 연제구와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종이팩 수거함을 설치했다. 부산시 연제구에서는 종이팩 자원순환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서울시 서초구에서는 종이팩 회수 및 재활용 체계 구축을 위한 인식확산 캠페인을 진행했다. 특히,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원베일리 아파트 단지에서는 아파트 이웃봉사단, 서초구자원봉사센터와 연대해 연합부스를 운영함으로써 자원순환에 대한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를 통한 정책 제안으로 ▲종이팩 문전배출 체계 수립 ▲지자체 맞춤형 회수체계 구축 ▲지자체 공공선별장 종이팩 선별 의무화 ▲종이팩 자원순환 활성화 촉진 등을 제시했다.
2025년 6월 25일 이새벽 기자
출처: 라이프인 (https://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9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