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숲과나눔·김소희 국회의원실
‘종이팩 자원순환 제도개선 토론회’
종이팩 재활용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들의 정책 제안에 환경부가 답변을 내놨다. 지방자치단체의 종이팩 수거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개선하고, 종이팩 재활용 인정 범위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국내 종이팩 재활용률은 2022년 기준 13.7%에 불과하다. 1년 동안 배출되는 종이팩 7만5000t 중 1만t이 재활용되는 셈이다. 숲과나눔은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지난해 7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민 조직 6곳과 ▶︎종이팩 수거량을 늘리기 위한 ‘회수모델 실험’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정책포럼’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교육’을 진행했다. 지난 6월에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종이팩 재활용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정책 다섯 가지를 도출해 환경부에 전달했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종이팩 자원순환 제도개선 토론회’는 시민들의 이런 제안에 환경부가 답변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시민과 공공기관, 기업 관계자 100여 명과 환경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토론회는 재단법인 숲과나눔, 김소희 국회의원실이 공동 개최하고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했다.
이지현 숲과나눔 사무처장은 시민들이 제시한 정책 5가지를 이날 토론회에서 소개했다. ▶︎종이팩을 별도 수거품목으로 지정 ▶︎지자체 종이팩 수거 의무 강화 ▶︎종이팩 재활용 인정 범위 확대 ▶︎종이팩 재활용 제품 시장 활성화 ▶︎종이팩 분리배출에 대한 홍보 강화 및 인식 개선 등이었다.
이 처장은 종이팩을 별도 수거품목으로 지정하는 지침 개정이 특히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부의 현 지침에서는 ‘종이팩은 종이류와 함께 배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지침으로 인해 국내 종이팩 전체 배출량의 60%가 종이류에 섞여 배출된다. 문제는 이 종이팩들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매립, 소각된다는 것이다. 종이팩은 종이와 달리 내부 플라스틱 코팅을 녹이는 공정을 거쳐야 재활용이 가능한데, 이미 종이와 섞여버린 종이팩은 선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종이팩이 별도 수거 대상이 되면 아파트, 주택가 등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을 설치해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이정미 환경부 자원순환국 자원재활용과장은 환경부의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지자체의 종이팩 수거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합동평가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분리수거 실적을 평가하는 주민 1인당 재활용 가능자원 분리수거량 측정 기준이 ‘무게’다. 높은 등급을 받으려면 무게를 늘려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건전지, LED조명과 같이 무거운 품목 수거에는 적극적이지만 종이팩처럼 가벼운 품목에는 소홀한 실정이다. 환경부는 합동평가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2026년부터 개선안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멸균팩 재활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종이팩 재활용 인정 범위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멸균팩은 종이에 알루미늄 코팅이 더해진 팩이다. 최근 플라스틱을 대체할 용기로 주목받으면서 사용량이 매년 늘고 있지만, 재활용률은 1%를 겨우 넘는다. 다 쓴 멸균팩으로 펠릿, 판넬, 타일까지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지만, 현행법에서는 종이팩 재활용 범위를 화장지, 완충재와 같은 종이류로 제한하고 있다. 시민들은 “멸균팩 재활용품을 상용화하려면 이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이 과장은 “멸균팩이 다양한 방식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현재 종이팩 재활용 관련 규칙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멸균팩에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하라는 환경부 지침도 그동안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한 부분이었다. 멸균팩은 재활용이 가능한데 이 문구가 소비자 혼란만 가중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생산업체 스스로 재활용을 위한 기술 개발, 역회수 등 노력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넣은 문구”라며 “당장은 수정이 어렵지만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종이팩 재활용 제품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공기관의 녹색제품 구매 촉진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특히 국방부는 화장지 물품구매 입찰 공고에 ‘천연펄프 100%’를 명시해 수년간 녹색제품구매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종이팩 별도 수거품목 지정’ 제안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답변을 내놨다.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따로 수거한 종이팩의 회수와 선별, 재활용 처리 방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답변이었다.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은 “환경부가 시민들의 정책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종이팩을 별도 수거품목으로 지정하자는 제안에 미온적인 답변을 한 건 무척 아쉽다”며 “숲과나눔, 사랑의열매가 준비하고 있는 지자체 단위 종이팩 자원순환 모델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환경부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숲과나눔은 올해부터 서울시를 포함한 3개 지역에서 종이팩 별도 수거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종이팩 수거-회수-선별-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순환 사이클을 시범적으로 시행해 보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김소희 국회의원은 “종이팩 자원순환 문제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오늘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 지자체, 기업, 시민사회의 협력을 도모해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2024년 9월 27일 최지은 기자
출처: 더버터 (https://www.thebutter.org/news/articleView.html?idxno=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