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률 14%”…종이팩 자원순환 활성화 위해 ‘정책’이 필요하다 (24.06.25 라이프인)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20일 9차 정책포럼 개최…10개월간 이어진 논의 종합 및 5개 정책 제안

이팩 재활용률 14%(2022년 기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발표), 이 수치를 높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재)숲과나눔과 사랑의열매가 함께 진행하는 ‘초록열매’ 프로젝트는 ‘미래 세대를 위한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종이팩 자원순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도담마을사회적협동조합(이하 도담마을), 마을언덕사회적협동조합(이하 마을언덕), 유어스텝, 소비자기후행동,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사회적협동조합(이하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 등 6개 파트너 단체와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를 구성하고 종이팩 회수모델 개발, 정책 포럼, 인식 개선 교육 및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 10월부터 시민사회 단체, 공공기관, 지자체, 기업,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모아 논의의 장을 여는 정책 포럼을 총 8회에 걸쳐 개최했고, 20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종이팩 자원순환: 협력과 연대’라는 주제로 마무리 토론 자리를 마련했다.

9차 포럼은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가 지난 10개월간 진행한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종이팩 자원순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회의원이 참석하여 축사를 전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활동은 6개 파트너 단체가 시민들과 함께 성과를 만든 것이지 않나. 그 어떤 활동보다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관심을 기울인 부분이 일상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시민들이 효능감을 느끼고 기후위기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제도 개선을 위한 여론을 만들어 주신 것이라고 여기고 국회에서 열심히 입법 활동을 해 보겠다”고 관련 법안 발의를 비롯하여 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약속했다.

■ 종이팩 자원순환 체계 개선 위해 10개월간 이어진 다양한 활동들 

▲ 조은샘 도담마을사회적협동조합 이사. ⓒ라이프인
▲ 조은샘 도담마을사회적협동조합 이사. ⓒ라이프인

1부에서는 종이팩 회수모델 개발, 자원순환 캠페인 등을 진행한 5개 사업단의 활동 성과를 공유했다. 도담마을 조은샘 이사는 도담마을이 ‘도봉구 종이팩 재활용 문전 배출 체계’를 구축하고자 시행한 사업들을 소개했다. 도담마을은 크게 도봉구 공동주택 종이팩 재활용 실태조사 및 주민 인식 조사(공동주택 100개소 및 주민 500명 대상), 종이팩 재활용 시범 운영 등을 진행했다. 조 이사는 사업 성과를 설명하며 “실태조사를 통해 도봉구 공동주택에 수거함이 생각보다 많이 설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공동주택 재활용 담당자의 66.7%가 종이팩 수거함이 있다고 응답). 수거함 설치도 중요하지만 수거함 설치 이유와 분리배출 방법을 교육하고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 중 ‘우리가 아무리 잘 배출해도 업체가 다 섞어서 수거하는데 왜 분리 배출해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었다. 수거업체, 중간선별업체 또한 이와 관련한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 이사는 “일반팩은 분리배출이 잘 이루어지는 반면 멸균팩(알루미늄박이 포함된 종이팩)은 빨대 등이 달린 채 원형 그대로 배출되는 경우가 90% 이상이었다. 멸균팩도 생산 단계에서부터 분리배출이 용이하도록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또, 쉽게 배출할 수 있게 문전 배출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박혜린 마을언덕사회적협동조합 마을사업팀장. ⓒ라이프인
▲ 박혜린 마을언덕사회적협동조합 마을사업팀장. ⓒ라이프인

마을언덕의 경우, 종이팩 수거를 위한 공적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지역사회와 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협력한 종이팩 수거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와 공공기관을 포함하여 7개 조직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구성했으며, 관내 3개 동에서 종이팩 수거를 위한 무인회수기, 민간자원순환거점 등을 설치하여 시범 사업을 운영했다.

마을언덕의 박혜린 마을사업팀장은 사업 수행 과정에서 느낀 점으로 “지자체장의 의지와 주무관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한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일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태계 조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공공의 참여와 민관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김지현 유어스텝 대표. ⓒ라이프인
▲ 김지현 유어스텝 대표. ⓒ라이프인

유어스텝 또한 종이팩 회수모델 개발에 참여했는데, 특히 학생들의 종이팩 음료 소비가 많은 학교가 중요한 자원순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종이팩을 구하는 우리 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유어스텝 김지현 대표는 “참여를 원하는 학교를 모집한 후, 전 학급 대상으로 종이팩 자원순환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종이팩이 모이는 것을 학생들이 가시적으로 볼 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거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다. 그리고 등교시간, 중간놀이시간 등을 활용해서 종이팩 수거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유어스텝은 아이들에게 흥미를 주고 종이팩 수거가 교사들에게 또 다른 일거리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이를 통해 ▲지역 네트워크 협력 체계 구성 ▲교육과 실천을 결합한 자원순환 교육 ▲종이팩 자원순환 교육 강사 확보 ▲프로젝트 참여 희망 학교 증가 등 자원순환에 관한 지역사회 관심 증진 등의 성과를 거뒀다.

더불어 김 대표는 “학교에서 분리배출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가정에 가서 부모님께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자원순환의 중요한 메신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장한우리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 이사장. ⓒ라이프인
▲ 장한우리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 이사장. ⓒ라이프인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은 그동안 종이팩 대량 배출처인 카페에 주목해서 자원봉사, 어르신 일자리 창출 등의 형태로 종이팩 수거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영속성을 고민했고,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사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수거 모델을 실험하고 제도 개선을 제안하고자 했다.

사업 기간 동안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은 247개 카페와 함께하여 약 40만 개의 종이팩을 수거했으며, 어르신 1명을 고용하여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 외 봉사활동의 경우 기업, 청소년, 대학교 봉사동아리, 주민자치 및 시니어 모임, 지역 기반 봉사단,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 669명의 봉사자가 참여했다.

장한우리 이사장은 향후 종이팩 자원순환 교육과 지역사회 인식 개선 캠페인을 연결한 프로그램 진행, 카페 종이팩 수거 모델 확산, 산업 생태계 지도 제작 및 네트워크 형성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원건형 소비자기후행동 경기인천지부 팀장. ⓒ라이프인
▲ 원건형 소비자기후행동 경기인천지부 팀장. ⓒ라이프인

마지막으로 소비자기후행동 원건형 경기인천지부 팀장은 종이팩 자원순환 캠페인을 시행한 성과를 공유했다. 소비자기후행동은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지자체, 산업계 등에 관련 정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고자 했다. 종이팩 자원순환 지지 서명 캠페인의 경우에는 약 56만 명의 서명을 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6월 18일 기준).

또한 소비자기후행동은 지역축제, 행사, 거리 등에서 캠페인을 펼쳤으며, 종이팩 분리배출 시스템 마련과 관련한 인식조사도 진행했다. 최근에는 부산시 연제구 내 대단지 공동주택 주민들을 대상으로 종이팩 분리배출 실태 및 인식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17일 ‘연제구 자원순환 활성화 포럼’을 개최했다. 원 팀장은 “우리 활동이 더 많은 시민의 참여로 이어지길 바라고 올바른 정책을 구현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를 바란다”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9차 포럼은 각각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성과를 나누고 이를 하나로 모아 정책 제안까지 진행하는 자리였다. 이에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는 이와 같은 사업단 활동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안했다.

1. 분리배출의 근거 마련을 위해 ‘환경부의 종이팩 별도 수거 품목 지정’

2. ‘지자체의 종이팩 수거 의무 강화’

3. 종이팩 자원순환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공공구매를 비롯한 ‘종이팩 재활용제품 시장 활성화’

4. 화장지, 완충재, 재생판지 등 종이류로 제한하고 있는 ‘종이팩 재활용 인정 범위 확대’

5. 시민들이 지지와 참여가 필수적인 만큼 ‘종이팩 분리배출 홍보 및 인식 개선’

▲ (왼쪽부터)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윤상헌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본부장,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 김광진 테트라팩코리아 이사, 이지현 숲과나눔 사무처장, 박창규 삼정펄프 영업기획팀 팀장. ⓒ라이프인
▲ (왼쪽부터)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윤상헌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본부장,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 김광진 테트라팩코리아 이사, 이지현 숲과나눔 사무처장, 박창규 삼정펄프 영업기획팀 팀장. ⓒ라이프인

이후 종이팩 자원순환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을 짚어보고 토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종이팩 재활용률 향상을 위한 분리수거 지침 개정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종이팩을 ‘종이’가 아니라 ‘용기’로서 인식하고 분리 수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팩 재활용률이 점차 낮아지는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종이팩 회수 체계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종이팩은 ‘팩’이라고 하는 용기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선별이 용이하고 보편적인 회수 체계를 만들어 그 안에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홍 소장은 종이팩이 보편적 회수 체계 안에서 선별되고 수거되는 모델을 중앙정부와 지자체, 생산자가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종이팩은 폐지와 섞으면 안 된다고 하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대안도 함께 알려야 시민들이 느끼는 죄책감, 불편함, 혼란이 해소될 수 있다”며 “이런 혼란들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이 올해 하반기쯤에는 나와야 문제 해결 방향이 명확히 잡힐 것이다”고 덧붙였다.

윤상헌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본부장은 ‘지자체 종이팩 재활용 현황 및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종이팩 자원순환이 이루어지려면) 경제성을 맞춰줘야 한다. 그래야 노력에 비례해서 재활용률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며 ▲종이팩 재질 개선(황색펄프 사용 금지) ▲종이팩 분담금의 현실화 ▲대국민 홍보 및 의무 구매 제도 활성화 ▲카페 등 종이팩 다량 배출처 회수 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이어 김광진 테트라팩코리아 이사는 해외의 멸균팩 재활용 기술 동향을 소개하고 국내에서도 종이팩의 재활용 인정 범위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팩과 멸균팩 등을 따로) 선별하는 데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그러니 선별이 가능한 곳은 선별하고, 불가능한 곳은 다른 적합한 품목으로 재활용해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풀 카톤 리사이클링(Full Carton Recycling, 판지를 재질별로 분리하는 과정 없이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합성목재, 건축자재 제작 등에 활용 가능)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하며 “재활용 범위를 넓힌다면 선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비용을 다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창규 삼정펄프 영업기획팀 팀장은 ‘종이팩 재활용제품 시장 활성화-녹색제품 구매 촉진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종이팩 재활용제품 구매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녹색제품 매대 활성화(별도 코너 마련 및 확대) ▲입찰 참여 기준 조정(녹색제품 사용 대상 기업에 가점 부여 등) ▲보조금 대상 조정(현재는 최종 생산업체 제외) 및 국내 물량 확대 등을 통한 녹색제품 경쟁력 확보 ▲종이팩을 활용한 신규 제품 개발 등을 제시했다. 이어 종이팩 자원순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재활용제품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2024.06.25 노윤정 기자

출처: 라이프인(https://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7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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