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 자원순환 시스템 개선을 목표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정책적 대안으로 발전시키는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정책포럼> 8차 포럼이 열렸습니다. 최근 플라스틱 포장재의 대체재로서 종이팩이 주목받으며 그 사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요. 현재 재활용률 14%에 불과한 종이팩이 진정한 친환경 포장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번 포럼은 전통적인 유업체 중 한 곳인 정식품, 주방세제 등 다양한 생활제품의 포장재로 멸균팩을 제안하는 스타트업 리필리를 초대하여 종이팩의 사용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되고 있는지, 각 기업의 재활용 노력은 무엇인지 들어 보았습니다.
[발제 1] 정식품의 멸균팩 자원순환 노력 – 정식품 김상진 차장
정식품은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베지밀’을 만든 회사입니다. 1973년 창립된 국내 최초의 두유 기업으로 연 매출 2300억원 규모의 중견회사입니다. 베지밀은 22년 연속 두유 부문 판매 1위를 지키고 있고, 최근 환자용 식품, 콩국물이나 육수 등 식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정식품의 제품 출고량은 연간 9500톤. 무게 기준으로 보면 유리병(57.6%) 포장재를 사용한 제품 비중이 멸균팩(36.5%)에 비해 높지만, 수량 기준으로 보면 멸균팩을 사용한 제품 비중(72%)이 훨씬 높습니다(정식품은 일반팩 사용하지 않음). 이중 콩국물, 육수 등 식품은 5% 미만이지만, 두유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 식품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내 멸균팩은 재활용률 1% 내외라는 오명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정식품은 멸균팩 재활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첫째, 멸균팩재활용협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정식품 등 유업체와 테트라팩, SIG콤비블록 등 멸균팩 생산기업, 세종YMCA 등이 2022년 설립한 단체로 멸균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둘째, 멸균팩을 직접 회수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국 자원봉사센터 70여곳의 활동을 지원하고, 청주시청 등과 함께 청주시 공동주택 100여곳에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설치/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성과는 올해 하반기 나올 예정입니다. 셋째, 한솔제지가 만든 멸균팩 재활용 백판지를 자사 제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멸균팩을 4%이상 투입하여 재활용한 종이상자”라는 기업자가마크도 표기한다고 하니 유심히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발제 2] 자원순환을 위한 패키징 솔루션: 기업의 새로운 종이팩 적용 사례 – 리필리 김재원 대표
리필리는 2021년 설립한 종이팩 제품을 제조하는 스타트업입니다. 김재원 대표는 미국 유학 중에 친환경 산업의 빠른 성장을 지켜보며, 플라스틱과 비닐을 대체하는 친환경 포장재로서 종이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글로벌 기업 닥터브로너스(Dr. Bronner’s)의 연구자료를 인용하며 종이팩이 페트병 대비 화석연료 사용, 온실가스 배출, 물사용량 등을 각 70% 이상 절감하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59% 절감하는 친환경 소재라고 말합니다. 또한 종이팩은 재활용 가능, 저렴한 가격, 보관성, 효율적인 유통 등 강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식음료 포장재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화학제품을 종이팩에 담았을 때 누수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리필리는 멸균팩 생산기계를 직접 제작해 이를 보완한 포장재를 만들었습니다. 국내 여러 기업과 협업, 주방세제, 세탁세제, 방향제 등을 멸균팩에 담아 출시했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리필리는 종이팩이 진정한 플라스틱 대체재가 될 수 있도록 친환경 포장재로서 종이팩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자원순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타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종이팩 회수/선별/재활용 체계를 만드는 것 외에도 인상적인 점은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리필리는 멸균팩에 포함된 알루미늄 재질을 PET와 키틴 레이어(소수성 코팅)로 대체한 종이팩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반팩과 멸균팩이 섞이면 각각 해리 속도가 다르고, 재활용 화장지 품질 저하 문제 때문에 재활용이 어려웠는데, 새로운 종이팩은 일반팩과 한꺼번에 재활용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김 대표는 종이팩 재활용이 어려운 첫번째 이유로 종이팩 배출량과 회수량이 적다는 걸 꼽았는데요. 다양한 생활제품이 종이팩에 담긴다면 배출량과 회수량이 늘어 종이팩 재활용 산업도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자유토론] 멸균팩 재활용은 더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
두 분의 발제가 끝나고 플로어에 계신 분들과 자유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정책포럼>은 회차를 거듭하며 종이팩 재활용에 관심있는 일반 시민 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도 꾸준히 참석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테트라팩코리아 김광진 이사와 멸균팩재활용협회 황웅환 사무총장이 멸균팩 재활용 노력에 대해 부연해 주셨습니다.
정식품 발제에서 언급한대로 멸균팩재활용협회는 전주시, 청주시, 고양시, 서울시 동대문구 등에서 공동주택에 종이팩 전용수거함을 설치/운영해 지자체 중심의 회수선별 체계를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올해 성남시, 시흥시, 광주시, 양산시 확대 계획). 이중 회수선별업체 섭외가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일일이 아파트 단지를 돌며 종이팩을 수거하고 일반팩과 멸균팩을 수선별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남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청주시의 경우 종이팩 재활용 시장이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일반팩과 멸균팩을 선별하는 광학선별기를 도입한 창우RS 덕분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멸균팩재활용협회와 테트라팩코리아는 우선 재활용가능한 양질의 종이팩을 많이 모으자고 합의하고, 회수선별사와의 협력이 필수적라고 보고 있습니다. 향후 광학선별기, 로봇팔선별기 등을 지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발제에서 확인한대로 종이팩(정확히는 멸균팩)의 사용 범위는 음료를 넘어 식품, 생활제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고, 2025년에는 멸균팩 출고량이 연간 종이팩 출고량의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국내 멸균팩 재활용률은 1% 내외라 우리 사회는 더이상 이 문제를 내버려둘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종이팩을 포함한 자원순환의 해법은 결국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양질의 자원을 많이 모은다. 둘째, 재활용 제품 시장을 활성화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야 합니다.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는 지난 10개월 동안 여러 파트너들과 대화와 협력을 통해 종이팩 자원순환 시스템 개선방안을 모색했습니다. 그동안의 논의를 종합해 시민들이 만든 정책 제안을 발표하는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정책포럼> 9차 포럼에 참석해 함께 목소리를 보태어 주세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참고해 주세요.
글 | 숲과나눔 허그림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정책포럼 #8 자료집 다운로드 bit.ly/cartonreport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