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포럼 #3 <종이팩 재활용률 14%, 어떻게 높일 것인가>

숲과나눔·사랑의열매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는 종이팩 회수모델 개발, 제도개선, 교육 및 캠페인 등 종이팩 자원순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정책 제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정책포럼을 매월 운영하고 있는데요. 3차 포럼은 종이팩 자원순환 시스템을 개선하여 재활용률을 높인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지자체, 기업, 시민사회 등이 정책적 대안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준비하고, 종이팩 자원순환에 관심있는 시민들을 초대했습니다.

​체감온도 영하 30도라는 최강한파에도 불구하고, ‘종이팩에 관심있는 개인이나 기관이 이렇게 많았나?!’ 깜짝 놀랄 정도로 120여 명의 청중이 모였습니다. “종이팩 자원순환, 될 때까지 해보겠다”는 숲과나눔 장재연 이사장님의 인사말로 시작된 포럼은 두 시간이 넘는 동안 풍성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12월 21일 열린 3차 포럼 <종이팩 재활용률 14%, 어떻게 높일 것인가>의 내용을 요약·정리한 리포트를 전합니다.

[발제1] 종이팩을 구하는 N개의 움직임 – 김지현(유어스텝 대표)

​종이팩 자원순환 운동을 전국으로 확산한 시민단체 유어스텝 김지현 대표님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노력과 실천을 공유했습니다. 시민사회의 활동 유형은 종이팩 수거, 교육/캠페인, 모니터링/정책제안 3가지로 구분합니다.

종이팩 수거는 제로웨이스트가게, 청소년시설, 마을 커뮤니티센터 등에서 종이팩을 모으는 거점 수거 방식, 시민들이 카페나 어린이집 등 대량배출처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종이팩을 모으는 직접 수거 방식이 있는데요. 이렇게 모은 종이팩은 주민센터, 지자체 선별장, 재활용업체 등에 전달합니다. 이런 방식은 재활용이 용이한 양질의 종이팩을 모을 수 있고, 시민들에게 종이팩 재활용 실태를 알림으로서 공동체의 자원순환 실천운동의 시작점이 됩니다.

교육/캠페인은 마을행사나 축제, 학교 교육과 연계해 진행합니다. 교사와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교육과 거점 수거를 진행한 서울개운초등학교, 광주문산초등학교 등은 실천적 환경교육의 좋은 모델을 보여줍니다.

모니터링/정책 제안도 시민사회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입니다. 시민들은 내가 사는 지역의 종이팩 수거함 설치 현황을 조사하고, 주민센터의 종이팩 교환사업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등 활동에 참여합니다.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잘못 운영되고 있는 정책이 있다면 시정을 요구합니다. 최근 천안녹색소비자연대는 천안시 31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종이팩 교환사업 모니터링 결과를 활용해 주 1회 실시하던 종이팩 교환업을 주 5일로 확대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발제2] 종이팩 자원순환, 시스템과 맥락으로 살펴보기 – 배연정(서울대학교 그린에코공학연구소 실장)

​서울대학교 에코그린공학연구소 배연정 실장님은 종이팩 자원순환 체계와 현황을 분석하여 문제 진단 및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2013년 이후 종이팩 재활용률은 급격히 감소해 2021년 기준 14%까지 하락했습니다. 종이팩 재활용률이 이렇게나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경제성’입니다. 종이팩 재활용품 가격이 너무 싸서 재활용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000세대 아파트에서 월 60kg 종이팩이 배출된다고 가정하면, 한달에 16,800원을 손에 쥡니다. 인건비나 유류비 등 운반비가 더 들어가는 거죠. EPR 제도를 통해 재활용 사업장을 지원해도 이를 버틸 수 있는 규모는 아닙니다.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종이팩 회수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종이팩 연간 출고량의 60%는 폐지혼입되어 골판지로 다운사이클링되거나 그대로 소각되고 있으니까요. 공동주택 중심으로 종이팩 전용 수거함 설치 확대, 카페 프랜차이즈 별도 회수 체계 구축, 종이팩 분담금 상향 조정, 말단 회수체계 지원 등 정책적 대안을 검토하고 논의해야 합니다.

​[발제3] 종이팩 자원순환을 위한 컬렉티브 – 이지현(숲과나눔 사무처장)

​세번째 발제는 숲과나눔·사랑의열매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이하 컬렉티브)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숲과나눔의 이지현 사무처장이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협력을 제안했습니다.

​종이팩 자원순환의 핵심 문제는 폐지혼입, 종량제봉투 배출로 인한 낮은 회수량, 멸균팩 재활용 인프라 부재입니다. 종이팩 재활용의 선행과제로서 배출/회수 문제에 주목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조례/규칙 제정, 지자체 합동평가 기준 개선, 지역 기반 회수체계 구축, 대량배출처 역회수 인프라 구축, 시민 인식개선 등이 함께 진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지자체, 기업, 시민사회가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잘 수행할 뿐만 아니라 긴밀한 협력도 필요합니다.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종이팩 자원순환 시스템 개선을 위한 정책적 대안과 협력 방안 모색하는 플랫폼이 된다면 좋겠네요!

​토론자로 한국환경공단 선우영식 포장재EPR운영부장, 매일유업 MIC 포장연구팀 임기백 팀장, 광주시 광산구 청소행정과 천창우 주무관, 대흥리사이클링 박혜란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지자체, 생산자, 재활용업체 등이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경험을 소개하고, 성과를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토론1] EPR제도 내에서의 종이팩 재활용 현황 – 선우영식(한국환경공단 포장재EPR운영부장)

한국환경공단은 환경부를 대신해 EPR제도(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집행하는 기관입니다. EPR은 생산자에게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로 다양한 자원의 재활용량 증대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EPR제도로 관리해도 종이팩 재활용률은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환경부는 2023년부터 재질과 구조가 달라 별도의 재활용 노력이 필요한 일반팩과 멸균팩을 분리해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종이팩의 재활용 기준비용을 현실화하여 EPR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EPR 제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차 포럼 리포트를 참고해 주세요)

[토론2] 생산자 종이팩 회수 노력 – 임기백(매일유업 MIC 포장연구팀 팀장)

​매일유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절반 이상은 종이팩을 사용합니다(전체 3.2만톤 / 일반팩 6천톤 / 멸균팩 1만톤). 생산자로서 EPR 분담금을 성실히 납부할 뿐만 아니라 멸균팩협회 활동, 자체 회수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기백 팀장님도 종이팩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로 경제성을 꼽았는데요. 멸균팩 포장재를 활용한 제품군을 다양화해 재활용 산업 규모를 키우고, 멸균팩을 재활용한 황색 화장지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개선 등을 제안했습니다.

[토론3] 종이팩 회수를 높이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 – 천창우(광주시 광산구 청소행정과 주무관)

광주시 광산구는 주민센터 수거보상 포인트제, 공동주택 종이팩 전용 수거함 배부, 종이팩 무인회수기 설치 등을 통해 2023년 종이팩 42톤을 회수했습니다. 주민들이 수거보상제, 전용수거함 등을 통해 분리배출하면, 광산구 시설관리공단이 전용 차량으로 수집·운반하기 때문에 양질의 종이팩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천창우 주무관님은 참여자들의 다양한 거주지 특성을 고려하고, 인센티브를 무한정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교육이나 홍보에 연계시키는 등 3년 동안 지역 기반 회수체계를 구축하며 얻은 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습니다.

​[토론4] 회수선별 업체의 새로운 도전과 기후동행 – 박혜란(대흥리사이클링 대표)

대흥리사이클링은 3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재활용업체로 종이팩 재활용률을 반전시키고자 2023년 밀크웨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대량배출처인 카페와 어린이집을 주요 타겟으로 정하고, 직접 회수 및 광학선별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부산 지역의 카페 254개, 어린이집 1100개에서 종이팩 136톤을 회수했습니다.

​밀크웨이 프로젝트는 어린이 환경교육, 비대면 회수 등을 도입하고,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대흥의 목표는 아직 회수되고 있지 않은 종이팩을 회수해 재활용 산업 규모를 키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내년에는 서울시 어린이집 4500개 대상으로 종이팩 회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정토론이 끝나고 연사들은 청중들과 열띤 종합토론이 이어갔습니다. 이런 논의는 매월 개최되는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정책포럼>에서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포럼은 종이팩 자원순환에 관심있는 모든 분에게 열려 있습니다. 함께 종이팩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만들어 주세요!

2019년 카페라떼클럽(유어스텝)의 슬로건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다>에서 시작된 시민사회의 다양한 활동은 정부, 지자체, 기업, 시민사회가 종이팩 재활용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오늘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자원순환 시스템을 만들거나 유지하려면 경제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경제성보다 중요한 건 지속가능한 사회의 토대를 만드는 일입니다.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는 종이팩을 포함한 여러 자원이 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며,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곳으로 만드는 일에 시민들의 뜻과 힘을 모아갈 것입니다. 계속해서 많은 기대와 참여 부탁드려요!

​글 | 숲과나눔 허그림
사진 | 숲과나눔 정여진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정책포럼 # 3 자료집 다운로드 bit.ly/carton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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