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멸균팩 분리배출 제도화할 것” 환경부 첫 공식 입장(2025.09.15 라이프인)

국내 멸균팩 재활용률이 2%에 불과한 가운데, 그동안 소비자 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에서 요구해온 ‘멸균팩 분리배출 제도화’가 가시화됐다. 국회와 정부, 시민사회, 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제도적 장벽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자원순환 체계 전환의 전기를 마련했다.

15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는 숲과나눔과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 공동 주최한 ‘멸균팩 자원순환 활성화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본 행사에 앞서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은 “멸균팩은 위생성과 안전성을 갖춘 대체 포장재임에도 불구하고 재활용률은 2%에 머물러 있다”며 “종이팩 전용 수거함 부재, ‘재활용 어려움’ 표시 등 소비자 혼란을 유발하는 제도적 장벽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논의가 “멸균팩 문제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 자원순환의 근본 과제를 다루는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소희 의원도 “국민은 세계 최고 수준의 분리배출을 실천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수거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 않다”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 (좌)장재연 이사장, (우)김소희 의원. ⓒ라이프인
▲ (좌)장재연 이사장, (우)김소희 의원. ⓒ라이프인

첫 번째 발제에 나선 Monika Romenska(EXPRA 규제·대외협력 총괄)는 유럽연합에서 운영 중인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의 원칙과 성과를 설명했다. 그녀는 “EPR은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되며, 비영리 구조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생산자, 정부, 지자체, 시민이 각자의 책임을 명확히 이해하고 협력할 때 순환경제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모니터링과 투명한 재정 운영을 강조하며, “시민 교육과 배출 인프라 확충이 없다면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의회가 포장재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 가능성을 반영하도록 수수료 제도를 개정 중이라는 사실을 전하며, “혁신과 제도 업데이트가 병행돼야만 지속성이 담보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지현 숲과나눔 사무처장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합동평가 지표 개정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현재는 종이팩을 비롯한 각 품목별 목표치를 설정해도 최종 평가는 전체 실적을 통합해 산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품목인 종이팩은 공무원 입장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품목별 목표 비율이 그대로 평가에 반영되도록 지표를 개정해야 공무원들도 의지를 갖고 종이팩 수거와 재활용을 독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환경부 ‘종이팩 분리배출 제도화·재활용 어려움 표기 삭제’ 관련 입장 표명

토론에서는 앞서 환경부가 직접 입장을 내놓으면서 현장의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맹학균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종이팩은 연간 약 7만 톤 규모로, 투명 페트병이나 다른 대량 품목에 비해 양이 적어 지금까지는 별도 수거 품목 지정에서 후순위에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멸균팩의 자원 가치를 고려해 내년부터 2~3개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2027년에는 분리배출 지침을 개정해 전국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며 제도화 단계에 있음을 알렸다.

또한 그는 “재활용 어려움 표시 제도는 생산자에게 소재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실제로는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기업이 혁신을 통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한다는 점을 전제로, 정부가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그간 소비자에 혼란을 준다고 지적받은 ‘멸균팩 재활용 어려움’ 표기도 개선 방침을 밝혔다. 

그간 11차례 종이팩 관련 포럼을 진행해왔으나, 환경부가 명확한 방침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참여한 청중은 환영하는 반응과 동시에 “멸균팩을 단순히 생산량이 적다는 이유로 중요도를 낮게 봐온 태도는 아쉽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장 참석자들은 “재활용률 제고를 위해서는 물량보다 자원적 가치와 순환 효과를 기준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토론에서 현장의 과제와 해법 이어져

서울대 그린에코공학연구소 배연정 실장은 종이팩의 낮은 유가성과 적은 생산량을 지적하며, “시민운동 없이는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시흥시에서 진행된 시범사업을 언급하며 “세대당 월평균 약 88.7g의 종이팩이 회수됐다. 이는 가정에서 실제 소비되는 양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재활용률을 두세 배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황웅환 한국멸균팩재활용협회 사무총장은 멸균팩과 일반팩의 해리 시간 차이를 들어 반드시 선별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기술과 수요는 충분하지만, 광학 선별기 보급과 공동 선별장 구축, 이동 비용 지원 등 정부 차원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소비자기후행동 대표는 포장재 등급 표시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며 “멸균팩이 ‘재활용 어려움’으로 분류되면서 소비자들이 오해하고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소재 개발에는 앞으로 시간이 걸리고 실질적 대체재도 없는 상황에서, 정책 개정안의 취지와 현실이 괴리돼 있다”며 빠른 개선을 촉구했다.

현장에 참석한 김광진 테트라팩 코리아 이사는 환경부 발언에 직접 응답했다. 그는 “재활용 어려움 표시를 떼려면 결국 기업이 소재 개발과 공정 혁신을 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이미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알루미늄 프리 포장재 연구가 진행 중이고, 한국에서도 지자체·재활용사와 협력해 기술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장재연 이사장은 “오늘 논의는 단순히 멸균팩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 사회가 자원을 어떻게 순환시킬 것인가라는 큰 과제와 맞닿아 있다”며 “환경부의 제도화 방침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으로 작동하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이번 토론회는 여야 의원,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멸균팩 재활용 문제를 논의한 자리였다. 특히 환경부가 2027년 제도화 방침을 처음으로 명확히 밝히면서, 멸균팩 재활용률 제고 논의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현장에 모인 다양한 주체들의 제안과 비판은 멸균팩을 넘어 한국 자원순환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과제를 분명히 드러냈다.

2025년 9월 15일 정화령 기자

출처: 라이프인 (https://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9406)

©2024 Korea SHE Foundation.
All Right Reserved.
재단법인 숲과나눔
대표자 장재연
T
02-6318-9000
E
koreashe@koreashe.org
재단법인 숲과나눔
대표자 장재연
T
02-6318-9000
E
koreashe@koreashe.org

©2024 Korea SHE Foundation.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