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종이팩은 고품질의 소재로 만들어 재활용 가치가 높지만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종이팩 재활용율은 약 15% 내외에 불과하며 낮은 재활용율은 결국 자원낭비가 된다. 미국의 경우 2015년 기준 매립지에서 7,800만톤의 포장 폐기물이 발생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본지는 종이팩 재활용 현황과 업계 목소리 등을 들어보았다.
종이팩이라고 다같은 종이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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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이팩(제공=flickr) |
종이팩은 일반팩과 멸균팩을 모두 포함하는데 일반팩은 우유나 주스 등 냉장식품을 담는 용도이며 멸균팩은 멸균우유와 두유 등 상온보관 등에 사용된다. 내부에 흰색 종이가 보이면 일반팩이며 알루미늄 호일일 경우 멸균팩으로 구분된다. 일반팩의 경우 냉장용에서 볼 수 있으며 대부분의 종이류와 플라스틱 소재로 조합된다. 멸균팩은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으며 종이,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의 소재가 겹겹이 쌓이게 된다. 그러나 종이팩은 수거가 원활하지 않으며 회수되지 않은 종이팩은 파지에 섞이게 된다.
동신제지의 노응범 대표는 2월 22일 (재)숲과나눔 주최로 개최된 세미나에서 ‘종이팩 자원순환 30년의 노력과 개선방안’에 대해 설명하며 동신제지는 일찍이 우유팩과 종이컵을 국내 최초로 수거, 재활용을 통해 친환경 화장지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우우팩만 34년 동안 7만톤을 수거해왔으며 일화용품 종이컵 및 플라스틱컵 등 2,000여곳을 수거해 국내 최초 환경부와 수거 체계를 확립했으며 커피박은 월 120톤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우유팩 1톤을 재활용하는 일은 생각보다 큰 기대효과를 준다. 30년생 나무 20그루를 녹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작은 숲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종이팩은 살균팩과 멸균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살균팩은 PE 13%, 백색펄프 87%로 이루어졌으며 주로 우유나 주스 용기로 사용된다. 시장점유율은 1990년 98%에 달했지만 2023년 기준 53%로 다소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 회수 선별체계는 대부분 종이류에 혼합배출되고 있다.
멸균팩은 PE 21%와 알루미늄 4%로 이루어지며 펄프가 나머지 성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는 상온유통으로 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며 쥬스나 두유 등의 용기로 쓰인다. 시장점유율을 1990년 2%에 불과했지만 점차 그 비중이 늘어 현재는 47%에 달하고 있다. 이 또한 대부분 종이류에 혼합배출되고 있다.
수거체계 미흡이 최대 난제?
재활용 과정은 공동주택에서 우유팩을 수거해 생산공장 집하장에 도착하면 펄프기를 통해 해리를 거치며 PE를 분리배출하게 된다. 또한 섬유질을 유연하게 하는 원료숙성탱크를 거쳐 초지기 와이어를 통해 펄프를 분사시켜 종이를 만들게 된다. 이같은 가공을 거쳐 원자재는 사무용 종이, 건축자재와 같은 다양한 제품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렇듯 종이팩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이 재활용될 수 있지만 회수율이 낮은 편이라 재활용 작업 또한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내 종이팩 재활용률은 15%에 그치고 있는데 알루미늄, 폴리에틸렌 등 6겹의 소재로 이뤄진 멸균팩 재활용률은 2%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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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일반 종이팩 |
이렇게 된 배경에는 일반주택의 경우 문전 수거방식으로 청소용역 업체나 재활용업자 측에서 분리선별의 경제성 등으로 우유팩을 일반파지에 다시 혼합시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1년 1월부터 전국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 기능으로 전환되면서 수거가 힘든 형광등, 건전지, 종이팩, EPR 품목 등 단독 주택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의 거점 수거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는 “과거 동사무소의 재활용 담당 기능이 다시 부활되어야 하며 할인매장의 ESG경영도입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그동안 우유팩을 주민센터 등 거점에서 취합해왔는데, 이같은 방식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페트병이나 캔, 유리병처럼 분리배출하면 수거, 선별, 재활용이 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종이팩 재활용률이 분리배출률만큼 높아진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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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멸균팩 |
그러나 동신제지 노 대표는 “2003년 EPR 제도가 시행되면서 종이팩의 일반 수거량은 늘었으나 오히려 역회수량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역회수는 거점만 있으면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종이팩…소중한 자원으로 취급해야
종이팩은 국내에서 화장지 생산공장이 주로 사용하는 원자재가 된다. 그러나 각종 폐기물은 적정한 용도를 갖춘 사용공장에 인계되어 재활용되어야 하는데 그 외의 공장에 납품시 폐기물이 되고 만다. 결국 종이팩은 일반 제지공장(신문 박스공장)에 대부분 혼합되어 원료로 납품되며 전량 슬러지로 배출되어 소각된다. 종이컵의 경우 재질은 같으나 일반 자판기컵(5% 내외 코팅) 종이류는 가능하다. 아이스컵의 경우 종이류 해리 자체가 안되어 불가능하다.
이렇듯 국가적 차원의 외화절감 차원에서라도 종이팩 분리수거는 중차대한 과제라 할 수 있는데 아직은 대책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연간 100% 재활용시 펄프 수입 대체효과를 볼 수 있는데 현재 펄프 가격은 톤당 1000달러에 달하고 있다.
연간 종이팩 발생량의 전량 재활용시 140만 그루의 큰 숲이 조성될 수 있으며 종이팩 1톤 재활용시 1.7 ㎡의 매립지 감소효과도 가질 수 있어 1년 단위로 했을때 11만 9000㎡의 감소할 수 있다. 1톤 재활용 시 대기오염도 74% 가랑 감소할 수 있다. 이러한 기대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동신제지 측은 수시로 지자체 및 사회단체의 행사를 통해 홍보 및 교환행사를 진행해왔다.
친환경 지자체 및 소비자 역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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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제지 노응범 대표가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모습 |
살균팩과 멸균팩이 점차 증가하면서 이를 혼합할 경우 생기는 문제점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살균팩과 멸균팩의 해리 공정 시간 차이와 잘게 부서지는 알루미늄박이 화장지에 박힐 수 있으며 미표백펄프로 사용으로 백색 화장지 품질 저하의 원인 될 수 있다. 또한 정선 후 생긴 알루미늄박 슬러지 폐기물 처리비용 발생으로 비용부담이 증가되고 소각로 막힘 현상까지 생길 수 있다.
이에 친환경 제품의 지자체 및 소비자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는데 지자체는 친환경상품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을 공시해 친환경상품 구매를 촉진함으로써 자원의 낭비와 환경오염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환경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소비자는 단순한 상품구매자가 아닌 자원 유통자의 역할과 동시에 사용자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품은 폐기물이 될 수 있어 소비자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경 파괴형 제품을 외면하고 환경제품을 소비자가 선택할 때 비로소 환경사업이 발전되고 육성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종이팩’이라는 용어도 생각해봐야 한다. 시민들이 종이로 오인해서 종이팩과 다른 폐지가 한데 섞이는 경우가 많기에 용어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동신제지 측은 밝혔다.
2024.03.12 황원희 기자
출처: 이미디어(https://m.ecomedia.co.kr/news/newsview.php?ncode=1065622423690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