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포럼 #5 <종이팩 회수선별을 위한 산업계의 노력>

이제까지 총 4회의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정책포럼을 통해 종이팩 자원순환 문제는 정책과 시장, 시민인식 등 여러 변수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종이팩 자원순환이라는 복잡한 실타래를 푸는 중요한 실마리는 회수선별 개선이라는 것도요. 따라서 5차 정책포럼은 종이팩의 원활한 회수선별을 위한 산업계의 노력을 주제로 준비했습니다. 2월 22일(목) 숲과나눔 강당에서 열린 다섯 번째 포럼을 요약·정리한 리포트를 전합니다.

[발제 1] 종이팩 자원순환 30년의 노력과 개선 방안 – 노응범(동신제지 대표)

포럼은 자그마치 1991년부터 국내 최초로 시민과 함께 일반팩(우유팩)과 종이컵을 모아 재생화장지를 생산해 온 동신제지 노응범 대표의 발제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동신제지는 91년 업계 최초 친환경인증 화장지 생산, 최초 환경부 제3자 자율협약 최초 수거업체 지정 등 종이팩 자원순환에 있어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러 개 갖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자원순환이란 용어도 생소했던 30여 년 전부터 종이팩 재활용 사업을 해온 만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종이팩 자원순환 저하의 원인과 개선방안을 제안했는데요.

동신제지는 일반팩을 이용한 재생화장지만을 생산하는 기업이므로 선별된 일반팩의 안정적인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2000년 초 전국 동사무소가 주민 자치센터로 전환되면서 재활용 관련 역할이 축소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환 전 부산만 하더라도 15개 구에서 동사무소와 자원재생공사(현재 한국환경공단) 차량이 직접 단독주택을 돌며 일반팩을 수거하던 것이 위탁수거로 바뀌자 업체 측에서 번거로운 선별, 경제성 등을 이유로 일반팩을 폐지에 혼입하며 일반팩 수거량이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멸균팩까지 혼입되다 보니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고요. 단시일 내에 종이팩 자원순환율 높이려면 회수량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재활용 용도별(현재 폐지는 골판지, 일반팩은 재생화장지, 멸균팩은 백판지)로 정확한 선별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에 더해 재활용 제품의 구매촉진도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아직 매장 내에서 재생화장지를 비롯한 녹색제품은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소비자 역시 스스로가 환경오염의 주체임을 더욱 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부연하며 발제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발제 2] AIoT 스타트업, 종이팩 순환고리를 만들다 – 배태관(오이스터에이블 대표)

‘오늘의 분리수거’ 어플과 ‘랄라루프’ 무인회수기로 유명한 오이스터에이블 배태관 대표가 ‘AIoT 스타트업, 종이팩 순환고리를 만들다’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이어갔습니다. 오이스터에이블의 모토는 데이터기반 순환경제 플랫폼으로 소비재의 순환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소개하며 ‘랄라루프’와 ‘오늘의 분리수거’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유했습니다. 이미 오이스터에이블은 수거품목의 범위를 종이팩, 캔, 투명페트병에 더해 다회용컵, 배달용기에까지 확대했습니다. 그리고 생산자의 자원순환 책임과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는데 디지털 기술의 역할이 핵심임을 강조하며 디지털 제품 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 개념과 적용방안을 소개했는데요. 디지털 제품 여권이 도입되면 제품의 전 생애(원료-생산-운송-사용-폐기), 그 중에서도 파악이 어려웠던 사용 이후의 상황을 낱낱이 알 수 있게 됩니다. 놀랍게도 오이스터에이블은 이미 랄라루프를 통해 회수된 종이팩을 제조기업 뿐 아니라 제품별로도(용량, 브랜드 등) 관리하고 있었는데요. 향후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 조·유통사별로 제공해 기업들이 체계적인 자원순환 및 탄소저감 성과를 관리할 뿐 아니라 탄소시장 거래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목표임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참여 확대이므로 랄라루프 사용성 개선, 리워드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하며 발제를 마무리하였습니다.

* 디지털 제품 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 유럽연합이 순환경제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도입 준비 중인 제도로 우리의 여권처럼 각 제품의 상세한 정보가 담긴 국제 신분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생산부터 폐기까지 제품의 전 생애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순환경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발제 3] IT 플랫폼을 활용한 종이팩 자원선순환 도전 – 강경모(에이치알엠 팀장)

마지막 발제는 역시 종이팩을 비롯 각종 재활용품 수거·보상 서비스 어플인 ‘에코야 얼스’로 잘 알려진 에이치알엠의 강병모 팀장이 맡아 자사의 자원순환 노력과 성과, 개선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랄라루프를 비롯한 무인회수기가 거점수거 방식이라면 택배를 이용하는 ‘에코야 얼스’는 직접수거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소비자가 수거품목에 해당하는 재활용품을 모아 신청하면 에이치알엠과 업무협약을 맺은 택배사가 수거해 재활용하고, 소비자에게는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소비자는 재활용품 수거 신청 외에 ‘에코야 얼스’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친환경활동 챌린지에 참여해도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고, 적립한 포인트는 제품 구매 뿐 아니라 환경보호 활동에 기부할 수 있습니다. 에이치알엠이 ‘에코야 얼스’를 단지 재활용 수거보상 서비스가 아닌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친환경 활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서비스’라고 소개하는 이유이지요. 이어 ‘에코야 얼스’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수거된 양질의 종이팩 모습과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KORA), 한국도로공사와 협업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종이팩 수거 시범사업’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이치알엠이 ‘에코야 얼스’를 비롯한 자원순환 비즈니스를 확대하는데 겪고 있는 어려움으로 ①현재 자사가 부담하고 있는 수거택배 비용의 한계, ②여전히 존재하는 혼입 배출, ③일부 기업 외에 아직은 소극적인 산업계를 꼽으며, 더 많은 기업의 인식 변화와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5차 포럼은 회수선별 3개 기업의 사례를 모두 상세히 공유하기 위해 3개의 발제로 진행했으므로 지정토론 없이 바로 자유토론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발제에 이어 동신제지 노응범 대표는 멸균팩 재활용 저하의 문제에 대해 지적했고, 오이스터에이블의 배태관 대표는 디지털 제품 여권, 재활용품 수거 확대 방안, 보상체계 구축의 어려움 등의 질문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에이치알엠 강경모 팀장에게는 현재 문전배출·수거가 가능한 품목까지 택배수거하는 이유와 고속도로 휴게소 종이팩 수거 참여도 등에 관한 질문이 주어졌고요. 좌장을 맡은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남수 이사의 진행에 따라 발제자, 수행단, 청중 간의 질의응답과 열띤 토론이 이어져 이번 포럼 역시 예정된 시간을 넘겨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는 3월 21일(목) 진행될 6차 포럼에서는 ‘종이팩 재생원료 시장 활성화 위한 법·제도 개선’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공식 홈페이지(https://cartonsavers.com) 등을 통해 안내할 예정이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글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희 연구위원


초록열매 종이팩 컬렉티브 정책포럼 #5 자료집 다운로드 bit.ly/cartonreport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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