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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농촌 쓰레기 문제를 진단한다
<상>농촌에 쌓이는 쓰레기의 그림자
<중> 농촌 쓰레기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그동안 농촌 쓰레기 문제는 ‘누가 버리고, 누가 태웠는지’와 같은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되며, 근본적 해법을 찾기 위한 구조적 접근은 부족했다. 이에 현장에서 가능한 해결책을 실험하며 농촌 자원순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초록열매 농촌쓰레기 컬렉티브’ 참여 단체들이다. 본지는 ‘농촌 쓰레기 문제를 진단한다’ 기획 시리즈 두 번째 편으로, 이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전문가와 함께 농촌 쓰레기 문제의 해법을 짚어봤다.
◆자원순환의 새로운 모델 실험
지난달 초 (재)숲과나눔 회의실에는 자원순환의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려는 활동가들이 모였다. ‘2025 초록열매 프로젝트’ 오리엔테이션 자리로, 숲과나눔은 사랑의열매와 공동으로 농촌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초록열매 농촌쓰레기 컬렉티브’를 3년 째 진행하고 있다. 숲과나눔 허그림 캠페이너는 “지난해 ‘초록열매 농촌쓰레기 컬렉티브’에 참여했던 단체가 올해도 선정돼 새로운 실험을 이어갈 예정이며, 농촌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분리배출장 만들고 폐농약병·폐농약 수거량↑···마을 일자리 창출 일석이조

이날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단체들은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삼삼은구’ 김인호 대표는 영농폐기물 수거 범위를 더 넓혀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폐농약병을 수거하다 보니 다른 영농폐기물이 눈에 많이 띄었기 때문이다. 김인호 대표는 “지난해 폐농약병을 수거하는 프로젝트를 했는데 평균 160kg 정도 수거했었던 것을 지금은 1톤 넘게 모을 수 있게 됐다”면서 “올해는 영농폐비닐 배출에 어려움이 없도록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재활용되지 않는 영농폐기물이 마을에 얼마나 있는지, 어떤 게 처리하기 힘든지를 조사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삼삼은구는 지난해 물걸리마을에 분리배출장(자원순환텃밭 모아)을 만들고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폐농약병을 수거했다. 기존에는 폐농약병과 남은 농약을 따로따로 버려야하는 불편이 있었지만, 분리배출장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일괄 수거가 가능해졌고, 이를 관리하 는 마을 일자리도 생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지난해에만 폐농약병 600kg, 폐농약 70L를 수거했고, 분리배출장 관리자(모아지기)에게는 월 76만원(60시간 활동)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에 올해는 마을에 영농폐비닐까지 분리배출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관리할 공공일자리도 새로 만들 계획이다.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데도 관심···생분해성 유인망 활용 등 시도

영농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여보려는 실험도 한다. 그는 “지난해 영농폐기물이 나오는 걸 봤더니 가장 처치 곤란한 게 오이나 단호박 농사에 쓰이는 유인망이었다”며 “군에서는 마대에 담아 대형폐기물로 처리하라고 하지만, 유인망이 덩굴하고 엉켜 부피도 크고, 가위로 잘라 버리기도 힘들어 소각하는 게 현실이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생분해성 유인망. 김인호 대표는 경북 문경에서 오미자 재배를 위한 생분해 유인망이 개발 돼 있다는 정보를 얻어, 삼삼은구가 운영하는 밭에 수세미를 재배해 봤다. 김 대표는 “마을 분들에게 수세미 재배한 것으로 보여주니 오이나 단호박 농사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다는 답을 들어, 올해는 지자체와 같이 생분해 유인망을 사용하는 실험을 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자원 순환율 결정
또 다른 프로젝트 참여단체인 사회적협동조합 ‘푸르메가 사는 지구’의 이재향 이사장은 지난해 전북 남원 산내면 12개 마을에서 농촌쓰레기 수거 체계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영농폐기물 30톤, 재활용품 5톤을 수거했다.
올해는 남원시 주생면에서 쓰레기 수거 체계를 구축할 계획. 오리엔테이션에서 이재향 이사장은 “올해는 마을 관리자 중심으로 쓰레기 문제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도록 힘쓰고, 쓰레기 배출장을 관리하며 불편한 점들을 조사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시스템은 마을 이장님이 모든 것을 다 관리하고 있어서 이장님이 마을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자원 순환율이 결정된다고 본다”라며 “이를 이장님의 역량에 맡겨 둘 것인지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는 고민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실험을 토대로 한 정책 제안도 이뤄질 예정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는 ‘농촌쓰레기 컬렉티브’의 일환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 제안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희 부소장은 “농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결국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책 제안 보고서가 나오면 그 결과 공유를 통해 농촌 쓰레기가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확산해 힘을 보태 줄 수 있는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라고 전했다.
마을별로 관리 시스템 구축···운영 예산은 정부 지원 바람직

‘초록열매 농촌쓰레기 컬렉티브’를 진행하고 있는 허그림 캠페이너는 “시나 군에서 농촌 쓰레기 수거를 총괄하는데 워낙 지역이 넓고 도시처럼 촘촘하게 인프라를 짜기 힘드니 관리가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도 안 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마을 일은 마을 주민이 제일 잘 아는 만큼 마을마다 자체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2025년 10월 24일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